임대차계약서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은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 또는 국세징수법에 따른 공매가 있을 때 대지를 포함한 임차주택의 환가대금에서 후순위 권리자나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을 인정받는다. 이때 부여받은 확정일자와 다른 권리들의 설정일자의 선후를 따져 배당의 순위가 결정된다. 그렇다면 확정일자에 따른 우선변제권의 발생시점은 정확히 언제일까?
주택임대차보호법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대항요건과 임대차계약 증서상의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우선변제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말해 확정일자만으로는 우선변제권을 취득할 수 없고 반드시 대항요건을 갖추어야 효력도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대항요건의 의미가 모호하다. 대항요건은 전입신고 와 주택의 인도(점유)다. 그 요건이 구비되면 그다음날 대항력을 취득한다. 이처럼 대항요건과 대항력은 말을 따져보면 엄연히 다른 것이다. 따라서 이 규정에서 대항요건의 의미를 표현그대로 대항요건으로 볼 것인지. 대항력으로 해석할 것인지에 따라 배당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주택에 입주하는 날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까지 받았는데 같은날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면 임차인과 근저당권자 중 누가 선순위로 배당받을 수 있을까? 서울고등법원의 판례는 대항요건의 의미를 표현하고 있는 그대로 해석했다. 즉 대항력에 관한 규정과 달리 확정일자에 관한 규정은 ‘그다음날 효력이 발생한다“는 취지가 없기 때문에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이라는 대항요건을 갖췄다면 확정일자를 부여받은 즉시 우선변제권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같은 날 설정된 근저당권과 배당순위가 같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대법원은 다른 입장을 취했다. 임차인이 대항요건을 갖추었더라도 그 다음날 대항력을 인정하는 이유는 등기상에 권리를 설정하는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선변제권에 관한 규정에도 유추하여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아, 위와 같은 경우라면 근저당권자 배당에서 선순위가 된다고 판결했다. 이처럼 상반된 판례가 있지만 서울고등법원보다 대법원이 상급법원이고 이후 대법의 입장이 일관되게 반복된다는 점과 최근 위와 같은 경우에 임차인과 근저당권자의 배당 순위를 동순위로 하는 법률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같은 날 갖춘 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은 그 다음날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변제를 받은 임차인의 부당이득]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의 36평형 아파트가 낙찰되었다. 감정가가 3억6,400만원이었는데, 지하철 3호선 무악재역에 바로 접하고 뒤로는 인왕산이 자리하고 있다. 접근성과 쾌적성이 우수하다는 장점을 겸비하고 있는 만큼 감정가 대비 90% 넘는 금액에 낙찰되었다. 다만 전세금 1억8,500만원의 임차인이 있는데, 권리분석상 하자가 없는지 살펴보자.
임차인 이00은 등기상 최선순위의 근저당권 설정일보다 전입신고일이 빠르기 때문에 일단 낙찰자에게 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대항력을 가지고 있다. 이씨는 확정일자 역시 근저당권보다 앞서 받았고 배당요구도 종기 전에 마쳤다. 따라서 배당의 순위 역시 1순위다. 그러므로 3억3.012만원에 낙찰된 이 경매사건에서 임대차보증금 1억8,500만원을 전액 배당받을 수 있다. 선순위의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라도 배당절차에서 보증금을 전액 배당받는다면 당연히 임대차는 소멸하기 때문에 낙찰자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반환할 부담을 인수하지 않는다.